웹툰은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콘텐츠지만, 그 안에서도 자주 반복되는 ‘클리셰’들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웹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서사, 캐릭터, 설정 클리셰를 10가지로 정리하고, 왜 이들이 반복되는지,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합니다. 창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유익한 클리셰 가이드입니다.
1. 클리셰는 왜 웹툰 속에서 반복되는가
클리셰는 단순한 이야기 반복이 아니라, 독자와의 빠른 이해와 감정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언어’입니다. 웹툰이라는 플랫폼은 독자가 짧은 시간 안에 작품을 읽고 반응하기 때문에, 작가 입장에서는 복잡한 설명 없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설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익숙한 전개 구조와 상황 설정인 클리셰는 이야기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고, 캐릭터의 성격이나 갈등 구조를 간편하게 설명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가 됩니다. 예를 들어, 이세계물에서 ‘트럭에 치여 환생하는 주인공’은 더 이상 배경 설명이 필요 없는 도입부가 되었으며, 로맨스 장르에서 ‘계약 연애’는 남녀 주인공이 강제로 가까워지는 장치를 자연스럽게 제공해줍니다. 이처럼 클리셰는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클리셰를 통해 독자는 장르적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을 얻고, 작가는 전개를 빠르게 이끌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클리셰는 반복될수록 진부하다는 인식을 받기 쉽고, 예측 가능한 전개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웹툰 독자층은 점점 더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클리셰에 민감해지고 있습니다. 동일한 설정이나 전개를 보더라도 “이건 또 이 공식이네”라고 인식되면 흥미가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작가들은 기존 클리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비트는 방식’이나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해 클리셰를 변주하는 시도를 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즉, 클리셰는 창작에 있어서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면 작품의 몰입도와 이해도를 높이는 ‘공통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영리하고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으며, 이는 웹툰 작가의 연출력과 기획력에서 비롯됩니다.
2. 웹툰에서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 TOP 10
웹툰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표 클리셰는 장르와 상관없이 특정 서사 구조나 설정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이세계 전이’ 클리셰입니다. 트럭 사고나 낙뢰 등으로 인해 현대 인물이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설정은 독자의 몰입을 빠르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습니다. 두 번째는 ‘계약 연애 혹은 결혼’입니다. 억지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진짜 감정이 피어나는 구조는 로맨스 장르에서 여전히 인기 있는 기본 구도입니다. 세 번째는 ‘주인공만 시스템 능력을 가진다’는 설정입니다. RPG 게임의 세계관을 반영한 이 클리셰는 레벨업, 퀘스트, 스킬 획득 등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성장물의 뼈대를 구성합니다. 네 번째는 ‘악역의 회귀’입니다. 과거 악역이었던 인물이 전생의 기억을 지닌 채 다시 태어나 선한 길을 가거나 복수를 다짐하는 이야기는 최근 몇 년간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무능한 상사와 유능한 부하’ 구조입니다. 직장이나 군대, 학교 등 위계가 있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전형적인 구조는 현실 대리 만족을 제공합니다. 여섯 번째는 ‘숨겨진 재벌 혹은 명문가 자제’ 설정입니다. 주인공이 평범한 인물처럼 등장하지만 실은 엄청난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는 반전은 드라마틱한 전개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일곱 번째는 ‘학창시절 트라우마’입니다. 과거 괴롭힘이나 충격적인 사건이 현재의 인물 성격과 갈등을 이끄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여덟 번째는 ‘냉정한 천재 서브남주’의 고백입니다. 조용하고 무심한 듯한 인물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감정을 드러내며 서브 병을 유발하는 구조입니다. 아홉 번째는 ‘죽음 후 회귀’입니다. 주인공이 죽고 과거로 돌아가며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는 서사 구조는 회차 초반부터 목표 의식을 강하게 부여하며 독자의 흥미를 끌어올립니다. 마지막 열 번째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갑작스러운 하렘’입니다. 한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다수의 캐릭터가 호감을 보이는 구조로, 남녀 관계가 얽히며 다양한 서사 갈등을 만들 수 있는 기초 틀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클리셰는 반복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웹툰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그만큼 서사의 중심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독자들이 이 익숙한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며, 이제는 단순한 사용을 넘어 재해석과 비틀기를 통해 신선함을 더하는 방식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3. 클리셰를 활용하는 현명한 창작 전략
클리셰는 독자 입장에서 친숙함과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작가에게는 이야기의 뼈대를 잡기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체로만 소비되면 작품의 신선도와 완성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전략적 활용이 필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기존 클리셰에 새로운 변수나 맥락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 연애를 시작한 인물이 사실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악연으로 얽혀 있었던 설정이나, 회귀한 주인공이 오히려 과거보다 더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 전개는 기존 클리셰를 뒤집는 방식입니다. 또한 장르를 넘나드는 융합형 클리셰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맨스에 스릴러 요소를 삽입하거나, 판타지에 사회 비판적 요소를 가미하는 방식으로 클리셰에 색다른 질감을 입힐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세계 회귀 로맨스’나 ‘악역 서사의 성장 드라마’처럼, 복수의 클리셰를 혼합해 독자에게 낯선 감정을 전달하는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클리셰는 단일 서사일수록 진부해지기 쉽기 때문에, 다층적인 결합이 효과적인 방법이 됩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예상을 살짝 비틀 수 있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클리셰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에서는 활용하되 작품의 메시지나 주제를 강화하는 장치로서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숨겨진 재벌 주인공' 클리셰를 사용하되, 그 배경이 오히려 인물의 고통과 압박으로 작용하도록 설정한다면 클리셰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드는 도구가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클리셰가 진부함의 상징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재료로 활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익숙한 전개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전개, 새로운 해석, 감정의 반전을 원합니다. 웹툰이라는 빠르고 직관적인 매체에서는 특히 그 ‘새로움의 타이밍’이 중요하며, 작가는 클리셰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습니다. 클리셰를 의식적으로 다루는 작가일수록, 독자와의 신뢰를 쌓고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입니다.